"첫 출근이었는데"...공사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 폭염에 앉은 채로 사망....충격
하이뉴스 2025-07-08

"첫 출근이었는데"...공사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 폭염에 앉은 채로 사망....충격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남긴 청년은 끝내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경북 구미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출근 첫 날 쓰러져 숨졌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이 사인으로 추정된다.
8일,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20대 베트남 국적 노동자 A(23) 씨가 출근 첫날 쓰러져 사망한 채 발견됐다. 더운 날씨에 작업 중 잠시 자리를 비웠던 그는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체온은 40.2도에 달했다. 현장의 기온은 섭씨 37.2도, 이미 며칠째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이제 막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청년은, 첫날 출근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폭염주의보’ 무색한 현장…냉방시설은커녕, 휴식 공간도 없었다?

사건이 벌어진 구미 산동읍의 아파트 공사 현장은 지난달 29일부터 폭염경보가 발효된 지역. 기온은 연일 35도를 넘나들었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된 냉방장비나 충분한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었는지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즉시 현장 작업을 전면 중단시켰으며, 온열질환 예방 대책 마련 여부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폭염은 사치”라는 말처럼, 이들의 안전은 또다시 뒷순위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경찰은 A 씨의 사인을 온열질환으로 잠정 추정하고, 부검 영장을 신청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방침이다. 또, 국내 지인을 통해 기저질환 여부도 조사 중이다.
그러나 더 큰 쟁점은 사업주 측의 책임 여부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고용부는 해당 사업주가 폭염 속 온열질환 예방 조치를 취했는지, 음료·휴식시간 제공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켰는지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출근 첫날 죽은 노동자”…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적 비극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폭염 속 노동자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 사각지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2022년 이후 폭염으로 인한 건설현장 사망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일용직이거나 외국인 노동자로 나타났다.
A 씨는 한국에서 일하며 꿈을 꾸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동료에게 남긴 말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였다. 그 짧은 말이 마지막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번 죽음이 단순한 ‘폭염 사고’로 묻히지 않게 해야 한다.
구조적인 무관심과 안전불감증, 일용직에 대한 차별과 착취. 이 모든 것이 맞물려 누군가의 삶을 앗아간 현실. 그리고 여전히, 그 누구도 “내 책임”이라 말하지 않는 침묵.
더 이상 이 같은 죽음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