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자 손자였던 두 사람"...故 이순재 영결식에서 오열하는 '하이킥' 정준하·정일우
하이뉴스 2025-11-27
"아들이자 손자였던 두 사람"...故 이순재 영결식에서 오열하는 '하이킥' 정준하·정일우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 및 발인식이 후배 배우들의 배웅과 눈물 속에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국민 배우'라는 칭송을 받던 이순재는 70년에 달하는 긴 연기 인생을 마감하고 영원한 잠에 들었다.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고(故) 이순재의 영결식이 엄수되었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사위-장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정보석이 영결식 사회와 약력 보고를 담당했으며, 배우 김영철과 하지원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 배우 최수종, 유동근, 정준호, 정태우, 정동환, 박상원, 유태웅, 이원종, 원기준, 이무생 등 많은 동료 및 후배들과 방송인 정준하, 장성규, 그리고 고인의 제자인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교 학생들이 참석하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정보석은 추도에서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후배들이 따라갈 수 있는 큰 역사였으며, 선생님은 그 앞에서 후배들이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셨다"고 기리며, "대한민국 방송영상예술에 너무나 큰 족적을 남기신 유일무이한 국민배우가 아닐까 싶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고인의 팬클럽 회장임을 자처한 배우 하지원은 추도사를 통해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순재 선생님.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어디선가 목소리가 다시 들려올 것만 같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원은 '더킹 투 하츠'로 고인을 처음 만났으며, 고인이 늘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지켜봐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극 공연 후 함께 식사하며 나눈 연기에 대한 담담한 대화를 언급하며, "작품 앞에서 제가 흔들렸던 시기에 '선생님,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쭸을 때, 선생님께서 특유의 목소리로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고 하셨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녀는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과 겸손함이 저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이자 평생의 가르침이 됐다"면서, "선생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예술을 하셨고, 저에게는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행동과 태도로 보여주신 가장 큰 스승이셨다"고 고인에게 배운 자세를 삶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TBC 시절부터 이순재와 인연을 맺었던 배우 김영철은 "어떤 하루를 없던 날로 할 수 있다면, 그날 그 새벽을 잘라내고 싶다. 오늘 이 아침도 지우고 싶다"고 말하며 깊은 애통함을 드러냈다. 그는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김영철은 이어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제시하셨고,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신 분"이라며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작은 끄덕임 하나가 우리 후배들에게는 늘 응원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고인이 생전에 해주셨던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항상 겸손하고, 늘 진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의 울림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김영철은 마지막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생님"이라고 말하며 "저와 많은 후배들은 선생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 감사했고, 존경한다. 그리고 정말 많이 그리울 거다. 영원히 잊지 않을 거고,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라는 애도의 말을 남겼다.
이후 후배 배우들과 제자들은 약 7분간 상영된 고인의 과거 활동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겼고,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영결식 말미에는 한 사람씩 헌화하며 고인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곧바로 발인이 이어졌다. 정준하, 하지원, 정일우 등 많은 후배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며 눈물을 감추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편 이순재는 지난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래 지난해 말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서 하차한 후 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끝내 영면했다. 고인은 지난해 드라마 '개소리'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을 수상했으며, 당시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다"며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던 것이 생전 마지막 공식 석상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