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기다려"라는 여친 말에 10년 넘게 폐차장에서 홀로 산 50대 남성...그저 계속 기다렸다
하이뉴스 2025-08-01

"여기서 기다려"라는 여친 말에 10년 넘게 폐차장에서 홀로 산 50대 남성...그저 계속 기다렸다
제주에 한 폐차장에서 생활한 50대 남성 사연이 전해지자 충격에 빠졌다.
제주로 이주해 10년 넘게 폐차된 차량에서 홀로 지내던 50대 남성이 제주시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일상으로 복귀하게 됐다.
지난 30일 제주시는 장기간 차량에서 생활하며 거주불명 상태였던 50대 남성 A씨에 대해 통합사례관리를 실시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A씨는 10년 전 대전에서 제주도로 이주했지만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삼양동 해수욕장 인근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에서 혼자 생활해 왔다. 제주시가 A씨를 처음 발견한 것은 8년 전인 2017년쯤이었다.

발견 당시 A씨의 차량은 이미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타이어는 수년 전에 펑크가 난 채 방치됐고 차체 외부는 심각하게 부식돼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폭염과 추위 속에서 차량 내부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침대를 놓고 생활을 이어갔다.
처음 A씨는 “여자친구를 기다려야 한다. 여자친구가 이곳에서 기다리라고 했다”는 이유를 댔으나,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차량 생활을 고집하며 제주시가 제안한 복지서비스를 거부했다.
이에 제주시와 관할 주민센터, 지구대, 희망나눔종합지원센터 등은 포기하지 않고 8년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상담을 통해 A씨와의 관계 형성을 시도했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 끝에 A씨는 마침내 도움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제주시 통합돌봄팀은 지난 6월 A씨의 지원 동의를 얻어 주거 마련,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 전입신고, 차량 폐차 및 말소, 도시락 지원 등 일상 회복을 위한 조치를 연계했다.
또한 대인 접촉에 대한 불안과 오랜 차량 생활로 인한 건강 문제를 호소하자 제주도의료원의 고독사 예방사업과 연계해 의료지원도 함께 제공했다.
현재 A씨는 제주시내 한 숙박업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며, 제주시 측은 향후 임대주택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경우 일자리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명미 제주시 주민복지과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1인 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고 기본적인 일상생활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